
2004코미디
나두야 간다
A Wacky Switch
- 개봉
- 2004.06.25
- 상영 시간
- 105분
- 관람 등급
- 15세관람가
- 감독
- 정연원
- 출연
- 권용운, 손창민, 정준호, 임동문, 전미선, 금보라
- 제작 국가
- 한국
- 누적 관객
- 19만 명
비록 A4용지 살 돈도 없지만 그래도 저는 순수소설을 쓰는 작가입니다. 문단 첫 장편데뷔작인 카프카를 만났다 는 냄비받침이 되어 국민의 식습관개선에 충분히 기여하고있지만,책을 출간해준 대석이네 출판사는 쫄딱 망했고 저는 나날이 헐크처럼 변해가는 마누라가 무서워 밤잠을 이루지 못합니다. 얼마 전에는 마누라 손에 이끌려 택시운전사로 나섰다가 사람을 치고 말았습니다. 할 수 없습니다. 대석이가 말한 회장님 대필작가 일이라도 해야겠습니다.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. 자서전의 주인공인 회장님이 우리나라 최대조직(조폭) 만철이파의 두목이지 뭡니다. 너무 놀라 오줌쌀뻔했습니다. 어쩐지 지가 무슨 국회의원도 아니고 웬 현금을 그리 많이주나 했습니다. 이제 빼도박도 못합니다. 회장실도 작업실로 내주고 차도 빌려주고 꼬붕도 붙여줬습니다. 그래도 싫습니다. 일 잘못하면 저 세상으로 가는 수가 있습니다. 아~어쩌면 좋습니까?.. 죽으란 법은 없나 봅니다. 대학 때 대자보 쓰던 실력으로 헌법이랑 영장주의 운운했더니 짭새들 꼬랑지 내리고 가버렸습니다. 의도적은 아니었지만 회장님의 목숨도 살렸습니다. 이제 저는 회장님하고 아주 각별한 사이라는 거 아닙니까. 쥐구멍에 볕이 나고 무지개가 떴습니다. 문학에 매진하던 제가 조직에 몸담고 보니 조직의 취약점도 보이고 건달문화의 개선점도 지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. 애들 교육도 좀 필요할 것 같고.. 근데 회장님께서 요즘 여자한테 빠져 바쁩니다. 허허,진정한 보스는 이래선 안되는 건데.. 여기까지 오는데 손에 피 안 묻히려고 했습니다. 하지만 어디서 칼침 날아올지 모르고 틈만 나면 연장들고 설쳐대는 저쪽 애들이 있는데 저라고 특별한 재주가 있는 것도 아니고. 조직을 키우려면 할 수 없는 일이었죠. 머.. 보스인 저의 얼굴도 있고, 애들 사기도 있고.. 하여간 피땀흘려 여기까지 왔습니다. 이제 대가족 되었으니 애들 데리고 오순도순 살랍니다. 그런데 사업을 확장하려면 자서전을 내는 게 좋다고 합니다. 어찌 합니까. 작가 한 놈 데려오라고 했습니다. 가방끈도 길고 허우대도 멀쩡한게 괜찮은 놈 같았습니다. 돈도 적당히 집어주고 우리 막내들도 붙여주고 차도 줬습니다. 헌데 얘가 요즘 이상합니다. 지가 우리 식구인줄 압니다. 아주 저를 아리까리하게 만듭니다. 술만 먹으면 살살 웃으면서 제 머리 꼭대기에 올라가려고 합니다. 좀 있으면 야자 트자고 하겠습니다. 손봐주고 싶은 마음이 하루에도 수십번씩 듭니다. 그래도 참습니다. 참아야할 이유가 생겼습니다. 우리 작가선생 후배 중에 연희란 아가씨가 있는데 저 한눈에 반했습니다. 요즘 넋나간 사람처럼 그 여자만 생각합니다. 하지만 내 목숨 하나도 장담하기 힘든 살벌한 세계에 있는 제가 세상 그 누구보다도 고귀한 그녀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을 까요? 왜 여기까지 왔을까 하는 회의가 들기도 하고.. 이 생활 그만하고 연희씨와 '형님'하는 애들말고 '아빠'하는 애들 낳아가며 살고 싶습니다.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작가선생님이 한없이 부럽기만합니다.
